상속세를 걷는 목적은 부의 대물림을 막는 것이란다. 국가는 상속세를 거두어 부의 대물림을 막는 데 사용했는지 의문이다. 상속 세율을 낮추든 과세표준을 높이든 정치적이 아닌 본연의 목적으로 사용되길 바란다.
상속세, 부자들만 내는 세금인가
2023년 4월, 약 1년 전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상속세 과세체계를 검토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은 '상속세 유산취득세 방식 긍정적 검토 토론회'라는 이름의 토론회였다. 유산세 방식의 현재의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변경하려고 하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단다. 재미있는 건 이 토론회의 주최자가 민주당 의원들이었다. 상속세에 관해 진짜 민주당이 전향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상속세를 정부와 어느 정도로 타협할지 미리 가늠하는 자리이기도 했다는 후문.
상속세 과세 대상의 증가
상속세 과세 대상 절대 숫자는 많지 않지만 상속세를 내야 할 대상의 증가 속도는 아주 급상승세이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에 의하면 2022년 상속세 납세 인원 즉 피상속인 수는 19,506명이다. 2021년은 14,951명으로 30.5% 늘어났다. 이렇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자산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체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10억 원을 초과하는 서울의 아파트는 53.1%로 절반이 넘는다. 평균 거래가도 10억 원을 넘었다고 한다.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350건으로 평균 거래 가격은 1,143,120,000만 원이었다. 서울의 많은 아파트 소유자는 상속세 과세 대상이라는 말이다. 고물가,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볼 때 상속세 과세 대상이 늘면 늘었지 줄어들 가능성은 매우 적다. 상속세 기준 금액 10억 원이 더 이상 부의 상징이 아니듯 상속세 역시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 아니다. 대상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상속세 공제 한도는 현재 10억 원이다. 이는 상속세를 내야 하는 사람과 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상속세는 보통 피상속인의 배우자 5억 원, 자녀들 5억 원 등 10억 원을 초과한 부분에만 과세한다. 1997년부터 적용되어 올 해로 28년째가 된다고. 이때 10억 원에 해당하는 아파트는 어디일까.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60평 정도라고 한다. 극히 일부분의 아파트다. 28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와 달라도 너무 달라진 상황.
상속세 세율
상속세는 현재 유산세 방식이다.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에 일괄적으로 과세를 하는 방식이라는 것. 현재 시점의 상속세율은 어떻게 될까. 과세표준 1억 원 이하 10%, 1억 원 초과 5억 원 이하 20%, 5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 30%, 10억 원 초과 30억 원 이하 40%, 30억 원 초과 50%이다.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8개국 중에서 상속세를 과세하는 나라는 24개국인데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 국뿐이란다. 나머지 나라는 피상속인이 아니라 상속인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상속세 부과 방식에 따른 상속세 차이
상속세 부과방식에는 '유산세 방식'과 '유산취득세' 방식이 있다. 어떻게 다른가. 변경하려는 유산취득세는 피상속인의 재산에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을 물려받는 즉 상속인의 상속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만약 두 자녀가 공제를 제외하고 50억 원을 상속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유산세로 계산하면 50억 원에 대해 상속세를 부과한다. 상속세율 50%를 적용한 25억 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유산취득세로 상속세를 계산하면 자녀들이 균등하게 상속을 받는다면 각각 25억 원에 상속세를 부과한다. 25억 원의 40%인 10억 원씩 총 20억 원의 상속세를 납부하면 된다. 상속액이 클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받으니 재산을 나누어 받는 유산취득세가 상대적으로 세금을 적게 낸다.
정부의 논리
납세자의 능력에 맞게 공평하게 과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각자가 물려받은 상속재산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는. 더군다나 세금을 내고 만든 자산에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이중과세 논란과 이미 물려받는 만큼만 세금을 내고 있는 증여세와 과세체계 통일이 필요하다고. 이런 취지로 볼 때 상속세의 유산취득세 전환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변할 수 있을까.
상속세 과세 방식을 바꾸는 법안 통과를 위해선 민주당의 입장이 중요하다. 하지만 민주당의 관점에서 보면 감세 정책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오른쪽 진영으로 지지를 확대하기 위한 발걸음으로 볼 수 있다. 지난번 대선 패배의 주원인이 부동산 논점이었다는 걸 알고 나온 변화일 것이다. 하지만 오른쪽 진영으로의 이동은 운명적으로 지지층들의 반발을 불러온다.
상속세의 목적과 방향
상속세를 걷는 목적은 부의 대물림을 완화해 부의 불공평을 줄인다는 것이다. 세 부담은 줄이면서 상속세의 목표는 지켜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민주당은 유산취득세 전환에 매우 조심스럽다. 대신 실질적인 세 부담을 감소시키는 쪽으로 상속세를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오히려 현재 상속세율의 과세표준을 높이는 방도가 거론되고 있다. 물론 여권과의 주도권 다툼의 부분도 있다. 정부와 여권은 최소 상속세율을 30%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이것이 총선에서 참패해 불리한 상황에서 감세 카드를 던지며 전환하려는 목적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상속세 개편
상속세를 개혁한다는 것은 과세방법 외에도 상속 공제나 세율의 구간, 사전증여의 적용 범위 등 따져보아야 할 게 많다. 이걸 조정하는 것도 많은 합의가 필요하다. 여야의 정치적 잇속을 넘어 진정 국민을 위한 상속세 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국민이 바람이 아닐까. 어차피 그들을 위한 정책이 될 테니까. 세수 부족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면 그들을 위한 정책으로 바뀌는 것이 아닐까. 감세를 하든 과세표준을 높이든 세수는 줄어들 것이다. 소득세를 강화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조삼모사가 아닌가 싶다.
정리하면
상속세의 목적은 부의 대물림을 막아 부의 불공평을 막는 것이란다. 국민의 힘과 정부에선 상속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민주당에선 과세표준을 높이고자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대로 세금을 거두어 제대로 사용만 된다면 어떻게 바뀌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아니 바뀌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을까. 국가나 정치가 국민을 호도하지 않는 상속세 개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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